조선일보 2006년10월5일 전부치는 남편 소암_언론보도2010-08-17 11:48:00

 

 

전 부치는 남편들
 
'한가위의 행복'을

요리하다
 
아내에 물심부름,
 
   라면도 못 끓였는데…
 
“내가 앞치마 둘렀더니
 
        명절증후군 말끔”


▲ “여보, 고마워요.”요리를 같이 해주는 남편 덕에 명절증후군에서 해방됐다는 부인 신정순씨가 전 부치는 남편 박상근씨의 어깨를 주물러 주고 있다. 
 

물도 안 떠먹던 ‘간 큰 남자’ 박상근(51)씨, 퇴계 이황의 25대손 이도원(47)씨, 라면도 못 끓였다는 이상곤(41)씨. 이들이 이번 추석 아내를 위해 앞치마를 둘렀다. 사랑을 요리하기 위해서다.
“톡톡톡….” 추석 연휴를 4일 앞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박상근씨 부부의 집. 도마 위에서 칼질하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온다. 문을 열자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하하, 제가 손에 물이 묻어서요.” 박씨가 악수를 청하는 손을 말리며 웃었다. 호박을 송송 썰어 부침가루와 달걀물을 묻힌 후, 채를 썬 붉은 고추를 얹어 부쳐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접시 위엔 방금 부쳐낸 동그랑땡과 산적이 빛깔도 곱게 놓여 있다. 아내 신정순(52)씨는 식탁에 앉아 햇밤을 깎고 있었다. 몸을 기울여 오더니 “우리 남편, 요리 잘하죠?”라고 속삭인다.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부엌엔 들어서지도 않던 남편이었다. 결혼생활 28년, 20년이 넘게 아내 신씨는 명절마다 시댁 방바닥에 한 번 앉아보지 못하고 온종일 음식을 해야 했다. “야속할 때 많았죠. 전 부치느라 땀 흘리는 나를 불러 물 떠오라고 하지, 차례 끝나면 손님 20명씩 불러다 놓고 술상 차리게 하지…. 수저 하나, 물 그릇 하나까지 내가 챙겨줬어요.” 딸아이가 2세 되던 때부터 신씨가 보험영업을 하며 맞벌이를 시작했지만, 한국전통문화예술진흥협회에서 일하는 남편은 여전히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았다. 미술사업을 한다고 술 마시고 늦게 귀가하는 날도 태반이었다. “낮에 회사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와 애 씻기고 재운 후 빨래하고 청소하면 날이 밝더라고요. 새벽녘에 너무 힘들어 울 때도 있었어요.” 신씨의 말에 남편 박씨가 민망한 듯 머리를 긁었다. 이런 박씨가 달라진 건 한순간이다.
“3년 전 겨울인가, 밤늦게 집에 들어왔는데 아내가 웅크리고 앉아 있더라고요. 얼굴엔 눈물자국도 있고, 설거지에 빨래를 얼마나 했는지 손도 퉁퉁 부었고.” 자신과 결혼하기 위해, 친정식구들 반대를 마다하고 이부자리 안에 밥그릇 두 개, 수저 두 개만 넣고 자신을 찾아온 아내가 떠올랐다고 했다. 그날 박씨는 “지금까진 나 자신을 위해 살았지만, 앞으론 우리 가족을 위해 살겠다”고 맹세했다 한다. 서초구청 ‘아버지 요리교실’에 등록한 것도 그때였다. “내가 제일 나이 많을 줄 알았는데, 60대부터 30대까지 있더라고요. 수강신청이 10분 만에 마감됐다니까요.” 박씨는 이곳에서 9개월간 ‘실용 가정요리’를 배웠다. 이젠 양장피와 팔보채, 샤브샤브와 김치찌개를 제일 잘 만든다. 송편은 아직 못 배웠다. “오늘 아내에게 배워서 내일 만들어 보려고요.” 박씨의 말에 신씨가 호호… 웃다가 그만 눈물을 글썽였다. “행복해서…”라며 아내는 말을 다 잇지 못했다






 



호랑이2 소암_한국화2010-08-13 16:23:00

하경8 소암_한국화2010-08-13 16:22:00

호랑이1 소암_한국화2010-08-13 16:22:00

서정 소암_한국화2010-08-13 16: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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