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을 두고 잠시 골몰한다.
물건을 충동으로 구매하는 것도 병이지만 물건을 못 버리는 것도 병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물건의 미래 가치를 예측하는 능력이 나에겐 많이 부족했던가 보다.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가 유통되는 세상을 예견하지 못하고 학원에 는 책으로 덮고 있다.
책은 책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고집을 쉽게 접을 수 없기 때문일까?
젊은 날 한때는 책이 유일한 재산이며 자손에게 물려 줄 유산이라는 생각을 짙게 한 적이 있었다. 좁은 셋집에서부터 책을 사서보고 버리지 못하고 모으는데 많은 세월이 흘렀다. 책을 사서 보는 데는 돈이 아깝지 않다.
학원에 빽빽이 쌓인 책을 보면 가당찮음에 나 자신도 새삼 아연해진다.
이젠 정리해야지 내가 약조를 아니 했던 건 아니지만. 일 년에 한 번도 펴지 않는 책은 훌훌 내버리고 가자고 다짐도 여러 번 한다.
후손들이 본다는 보장이 없다,
나름대로 이유를 붙여 사 모은 것으로 하나마나 한 약속이 되어 버린다......
낡은 기명 하나하나에 묻어 있는 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나 두어야 하나. 이제는 고스란히 나 혼자의 몫으로 남겨진 선택을 두고 학원 안을 오늘도 서성이고 있다.
해정서예학원카페 http://cafe.daum.net/jg7787
해정 박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