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계 표연말
남계(藍溪) 표연말(表沿沫)은 연산군 때 관각문신이었다. 날만 새면 한강으로 뱃놀이 나가 기생들과 히히대는 왕의 꼬락서니를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가 성난 왕이 밀치는 바람에 강물에 빠져버렸다. 허우적거리는 신하를 건져놓고 왕이 무엇 하러 강에 들어갔느냐 고 조롱조로 묻자, 참소를 당해 강물에 투신한 초나라 충신 굴원(屈原)을 만나러 갔노라고 말했다. 왕이 노해 "네가 정말 굴원을 만났느냐? 그가 무어라 하더냐?"고 으르대자 그는 '나야 암군(暗君) 만나 강에 빠져 죽었지만 / 그대는 천하 명군(明君) 만난 터에 무슨 일로 예 왔노?'라는 시를 주더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연산은 껄껄 웃고 뱃놀이를 파했다고 한다.
표연말은 해학과 기지의 풍간(諷諫)으로 왕을 설복해 목숨도 건지고 목적도 달성했거니와, 이처럼 해학(諧謔)은 비장(悲壯)과 함께 삶을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이다.
사람은 그 곧음 때문에 쉬 꺾어지게 마련이고 반면 해학만 넘치는 사람은 싱거워 아무 일도 이룰 수가 없다. 「심청전」에 천하 추녀 뺑덕어미 가 출연해 심봉사를 꾀고 「춘향전」에 방자가 나와 익살을 부리는 것도 동일한 이치다. 보다 비천한 인물들이 해학으로 분위기를 눙침으로써 효도나 의열(義烈)같은 비장한 주제를 독자에게 보다 친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